평협 추천도서 2017. 6. 23. 02:48

[소설 속에 등장한 평화협정]


"세상에 당신이 원 내게 이럴 수가 있으신가요. 그저 기회만 있으면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으려고 생발광을 떠는 북쪽의 빨갱이 집단을, 당신의 그 결정적인 역사의 장애물을 이제 완전히 제거했으니 기뻐해 달라는 그런 감동적인 소식은 전해주지 못할망정, 아니 이게 무슨 망측한 소리죠? 당신이 빨갱이 그것들과 무슨 평화협정을 맺으려고 한다니 말입니다." - 남정현 소설집 <<편지 한 통 - 미제국주의 전상서>>(도서출판 말), 35쪽


국가보안법으로 대변되는 수구 집단의 멘붕 상태가 소설 속에 등장했다. 그들에게 북-미 평화협정 소식은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6월 21일 출간된 따끈따끈한 소설집을 손에 들고 모처럼 즐거운 독서삼매경에 빠져 본다. 시대의 변화상이 소설보다 흥미롭다 싶은 요즘이었고, 소설을 모르는 나마저도 시대의 격정을 소설로 남겨 볼까 생각은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역시 소설가 남정현은 다르다. 국가보안법을 의인화하여 역사를 한눈에 들어오게 구성한 설계도 매력이거니와, 곳곳에서 실없는 웃음이 툭툭 터져나오게 하는 유머 속에서 엄중한 현실을 고발하는 풍자의 기술 또한 일품이다. 정세를 잘 모르는 초보자도 이 작품을 읽어 보면 북-미 대결이 평화협정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단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은 2011년에 한 문학지를 통해 발표된 글이지만 그 내용은 마치 지금 전개되는 현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 작가는 일찍이 정세를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posted by 미철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