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의 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18일 박학봉 시인이 인천경찰청 소속 안보수사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의 운명을 생각해 본다.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 치안유지법을 토대로 1948년 12월에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치안유지법은 일제가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데 이용하였던 법으로 조선총독부는 해방 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독립운동 관련자들을 이 법으로 처벌했다. 치안유지법은 일제가 식민통치에 사용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고 할 수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도 일제 특고경찰(특별고등경찰)에 의해 검거되어 교토재판소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판결받았다. 판결문에는 징역형의 이유를 자세히 밝히고 있는데 그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일제를 뜻함-옮긴이 주]의 조선통치 방침을 보고 조선 고유의 민족문화를 절멸시키고 조선민족의 멸망을 꾀하는 것이라 생각한 결과, 이에 조선민족을 해방하고 그 번영을 초래하기 위해서는 조선이 제국 통치권의 지배로부터 이탈하여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방법말고는 없으며, 이를 위해 조선민족이 현재 가진 실력 또는 과거에 있었던 독립운동 실패의 자취를 반성하고, 당면한 조선인의 실력, 민족성을 향상시켜 독립운동의 소지를 배양할 수 있도록 일반 대중의 문화 앙양 및 민족의식 유발에 힘써야 한다고 결의하기에 이르렀으며, 특히 대동아전쟁의 발발에 직면하자 과학력으로 열세인 일본의 패전을 몽상하고 그 기회를 틈타 조선독립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망신하여 더욱 그 결의를 굳히고
이 내용을 박학봉 시인의 활동에 대입해 보면 거의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치의 주체가 일제에서 미제로 바뀌었고, 통치방식이 직접통치에서 간접통치로 바뀌었으며, 활동 목적이 독립에서 통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박학봉 시인은 미제가 우리의 민족문화를 말살하고 끝내 멸망에 이르게 할 것이라 생각한 결과, 민족이 통일을 이루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미제 통치권에서 이탈하여 자주국가를 건설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 가진 실력 또는 과거에 있었던 통일운동 실패의 자취를 반성하고, 민족성을 향상해 통일운동의 소지를 배양할 수 있도록 대중의 문화 앙양 및 민족의식 유발에 힘써야 한다고 결의했으며, 특히 세계적인 격변에 직면하여 미제의 패퇴를 예상하고 그 기회를 틈타 자주국가 건설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어 그 결의를 더욱 굳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통일을 주제로 하는 시를 써서 발표하고 인터넷 언론 프레스아리랑에 통일 관련 글과 더불어 북녘 소식을 게재하고 있다.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위하여 혼신으로 노력하는 문학인을 경찰이 나서서 압수수색하고 괴롭히는 현실은 일제 강점기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당시에는 일제 특고경찰이 조사하고 탄압했다면 지금은 안보수사대가 조사하고 탄압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제가 직접 개입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 미제는 배후에서 조종할 뿐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으로 고난을 겪는 이가 박학봉 시인만은 아니다. 이 법은 오장창 미군철수투쟁본부 집행위원장과 김병동 민중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을 비롯하여 여러 정당시민사회 운동가들을 옥죄고 있다. 윤동주가 일제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나 우리 시대의 활동가들이 미제에 항거하여 자주통일운동을 하는 것이나 모두 애국적인 일이다. 이를 탄압하는 국가보안법은 일제의 치안유지법이나 다름없이 식민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악법이다. 직접적인 식민지냐, 간접적인 식민지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일제 말기, 국권을 상실한 지 30년을 훌쩍 넘기자 많은 지식인과 문인이 독립의 희망을 잃고 변절하여 친일로 돌아섰다. 군사는 물론 문화까지 미제에 종속되어 이제는 희망이 없다며 많은 이들이 자주와 통일을 포기하는 현재 상황은 일제 말기와 흡사하다. 그러나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았던 해방의 날은 불현듯 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이 자주권을 되찾고 통일을 이루는 날은 머지않아 기필코 올 것이다.
일제가 무너졌듯이 미제가 무너지는 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들린다. 미제의 추락과 함께 미국을 추종하던 윤석열 정권도 맥없이 무너질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명이 다하는 날은 미제의 몰락과 함께 올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자주와 통일의 한길로 굳세게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