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읽기 2019. 2. 28. 19:49

고강도 압박이냐 벼랑끝 전술이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선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트럼프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의 핵심을 짚어 봅니다.

 

1. 네 가지 가설

 

가설 1) 김정은위원장의 요구가 생각보다 고강도였다.

 

(조미 관계 개선에는 트럼프대통령도 생각이 같으나 상당한 시간을 두고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만리마속도로 몰아치는 김정은위원장의 요구에 트럼프는 당황했고, 합의문에 서명하기를 미뤘다.)

 

이 가설은 조선의 의지와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 회담을 마지막으로 미국의 사실상 굴복을 받아내려 했을 것입니다. 오랜 대결 속에서 미국이 약속을 번번이 이행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조선이 속도감 있게 미국의 약속 이행을 몰아쳤을 것입니다.

 

가설 2) 트럼프는 처음부터 이번 협상을 깨려 했다.

 

(수구 세력의 반발을 의식하는 한편 향후 대선을 바라보며 시기를 조절하는 차원에서 트럼프는 애초부터 협상을 깨려 작정했다. 그러나 정세로 보아 완전히 깨는 것은 미국에게 매우 위험하므로 분위기는 최대한 부드럽게 하면서 관계개선을 차차로 해 나갈 여지를 남겨 두었다.)

 

이 가설은 사실 그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2018년 하반기에 조미 관계가 교착됐던 원인이 미국의 약속 불이행에 있었고, 이번에 회담이 성사된 것은 그 걸림돌이 제거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고의로 협상을 깰 처지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일부러 이 길을 택했다면 벼랑끝 전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년사에서 언급했듯이 조선이 새로운 길을 택하게 되면 미국은 공생의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설 3) 겉으로는 결렬이지만 내용은 변함 없다.

 

(합의 내용이 미국에게 불리한 내용이어서 밝혀지기를 꺼려한 나머지 서명을 안 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합의 내용은 향후 이행한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합의 내용이 엄청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됩니다. 합의 자체가 미국의 굴복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가설 4) 애초부터 지니고 있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조선의 주장과 미국의 주장은 애초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향후 회담은 없을 것입니다. 조선과 미국이 각각 자기의 갈 길을 가게 됩니다. 그것이 반드시 무력 대결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방법이 아니라도 조선은 미국을 얼마든지 이길 수 있으니 그것이 국제적 연대입니다. 외교력이죠.

 

2. 핵심 쟁점

 

드러난 쟁점은 비핵화와 제재완화입니다. 조선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비핵화입니다. 미국은 이를 인정하고 이행하기 어려워 합니다. 또한 조선은 완전한 제재완화를 요구합니다. 미국은 버팁니다.

 

이런 줄다리기는 일면 예상된 일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세계비핵화와 제재의 완전한 해제 중 어느 것이라도 명시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미국은 조선에 굴복한 것이 드러납니다.

 

보이지 않는 쟁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대 조선 배상금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조선을 압살하고 고립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라는 것입니다. 조선은 이미 계산해 두었습니다. 금액은 어머어마할 것입니다.

 

3. 향후 전망

 

어느 가설이든 조선은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가던 길을 가면 됩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러시아, 베트남 외에도 길동무가 점점 늘어납니다. 반면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초조해집니다. 국제 정세로 보나 미국 내 사정으로 보나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합의문에 도장 안 찍은 것은 향후 조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적지는 어차피 정해져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세계질서 재편이고요, 그를 위하여 세계비핵화와 세계자주화를 추동하게 됩니다. 그 중심에 우리민족이 있습니다.


(2019. 2. 28. 지창영)

posted by 미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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