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읽기/정세 단상 2018. 4. 21. 11:14

가슴 벅찬 봄멀미


북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는 결정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평화 정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압축 파일 풀리듯 숨쉴 틈 없이 돌아가죠. 모두 치밀하게 준비된 일이니 가능한 것입니다.


|핵시험장 폐기로 말하자면 굳이 시험을 더 할 필요가 없죠. 필요한 시험은 다 마쳤으니 말입니다. 미국도 그거 다 압니다. 그러나 폐기한다는 선언 자체가 중요합니다.


|세계 앞에 보여 주는 이벤트입니다. 미국이 자연스럽게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장면이 떠오르죠. 미국이 약속을 지켰다면 평화협정은 그 무렵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10년이 연장됐군요.


그 무렵과 달리 지금은 미국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약속
안 지키면 미국 본토가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미국도 아는 사실이죠. 트럼프가 대화에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물 밑에서 이런 힘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작금의 평화 정세는 가히 예술입니다. 자칫하면 폭발로 난장판이 될 수 있는 정세가 봄꽃의 발화로 화사하게 펼쳐지니 어찌 예술이라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긴 겨울 동안 어둠 속에서 고난을 감내한 뿌리가 있어 꽃 피는 봄이 옵니다. 치밀하게 준비된 만큼 봄동산의 개화는 속도가 빠르고 정확합니다. 2018년의 봄은 너무 찬란하여 멀미가 날 정도입니다.


이 격변의 시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복 터진 인생입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 합니다. 아무리 찬란한 봄이 와도 잠에 취해 그냥 흘려 보내면 남의 봄은 될지언정 우리의 봄은 되지 못합니다. (2018. 4. 21.)

posted by 미철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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